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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카톡방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집회 현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만, 나는 9년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산학교 졸업식에 참석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집회에서 세월호 부모님들이 ‘네버엔딩 스토리’를 불렀다는 글을 본다. 2014년 벌써 9년이 흘렀다.
9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산학교를 떠나는 9학년들이 입학하던 2014년. 나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사무국장으로, 반편견입양교육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 소식을 처음들은 것은 2014년 4월 16일 늦은 오후. 오전에는 반편견입양교육 오후에는 강사들과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지하철에서부터 관련 소식을 살펴보던 나는 밤을 새워가며 세월호 소식을 들었다. 다음 날 반편견입양교육.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과 웃으며 수업.
10.29 이태원 참사. 산학교 장터가 있었다. 장터를 마무리하고, 늦은 시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어머니가 첫째가 혹여나 그 곳에 갔을 까봐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하셨지만, 나는 전화가 온 줄도 모르고 곤하게 잤다. 아침에 뉴스를 살펴보며 수시로 올라가는 사망자 숫자를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오본가? 첫째 담임에게도 카톡이 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벌써 100일. 남은 사람에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
기억.
1990년 근무를 서다가 훈련을 준비하던 후임 병이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근무를 마치고 나니, 병원에 가야 할 사역병을 뽑는다고 했다. 뭐지?
강화도 어느 병원에 갔더니 후임 병이 안치실에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수도통합병원까지 가면서 그를 만져봤다. 누워있는 그는 외상이 아닌 내상이었기 때문에 몸은 깨끗했다. 단지, 몸은 차가웠다. 수도통합병원에 갔을 때 그의 어머니가 사고 소식만 듣고 오셨다가 두어 번 실신을 하셨다. 현재 그는 훈련 중 사고로 사망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다.
나는 그 때 수도통합병원 영안실에 들어가 봤다. 담당 병은 내게 영안실에 다들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어떤 시신이 들어왔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었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기억은 없지만, 담당 병과 여러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많이 외로웠었나보다.
장례일정을 마무리하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나는 교회에 있고, 포대는 축구를 하던 날. 본부선임이 내게 와서는 장례를 치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축구를 하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볼 때 사망한 후임이 생활을 잘 한 것 같은데, 부대에서는 그렇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장례일정을 마무리한지 일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때때로 웃고, 때때로 욕을 하며 축구를 하고 있는 우리들이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나는 아마도 이렇게 말을 했던 것 같다.
그 녀석 생활을 잘했다.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던 녀석이었고, 그 녀석 후임들도 녀석을 잘 따랐었다. 다들 녀석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은 녀석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는 것을 녀석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본부선임에게 했던 것 같다.
삶.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살아야한다. 그리고 남은 자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선택한다.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그 자신의 몫.
안녕 미미.
일 년 전 아내를 잃은 동생이 아이들과 산학교 졸업식장에 왔다. 일 년 전 아내와 엄마를 떠나보낸 날. 그 자리에 나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고맙다. 일 년을 잘 지내줘서. 그가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때때로 웃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의 삶을 대신 살 수도, 그의 상황을 모두 이해 할 수도 없지만, 그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가 앞으로도 두 아이에게 좋은 아빠로. 그 스스로에게는 삶의 무게에 치이지 않고 삶에 여유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남은 학교생활 중에도 웃는 얼굴을 자주 보면 좋겠다.
2023 산학교 졸업식. 식을 마치고, 음식을 먹고, 웃고, 노래하고, 때때로 춤을 추며 졸업하는 이들을 축하한다. 나는 그 시간 함께 어울리던 모든 이들의 삶을 모른다. 하지만, 9년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학교를 떠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이들을 축하하러 모였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나도 9년의 생활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과 그 부모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보낸다. 축하~~
2023. 2. 5.
기억, 너머, 저편
2014년 4월 17일 반편견입양교육 중.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찰칵. 지금은 다들 청년이 되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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